본문 바로가기
인생이야기

이태준 작가의 대표 단편소설 '촌뜨기'

by 오늘 행복 2023. 1. 17.

이태준 작가의 대표 단편소설 촌뜨기

이태준 일가(부인 이순옥 여사, 다섯 남매)

이태준 작가는 근대 단편소설의 완성자로 불릴 만큼 한국 근대소설의 체계를 잡고 완성도를 높인 대표 문인이다. 그의 작품 중 단연 대표할 만한 작품은 촌뜨기이다. ‘촌뜨기작품은 19343농민순보에 발표되었으며, 그의 고향 강원도 철원 용담 산골마을에 사는 장군이를 그린 단편소설이다.

 

강원도 철원은 일찍이 용산에서 원산까지 운행하는 경원선 철도가 개통되고, 철원평야를 개척하면서 강원도 대표도시로 성장하였고, 물류와 교통의 중심지가 된다. 다만, 1930년대 일제의 수탈은 극에 달하고 조선인 대부분은 논밭은 물론 산까지 일제의 손에 들어가게 된다. 이에 대다수의 농민은 소작농으로 전락하고 땅을 잃고 고향을 떠나게 된다.

 

이 작품 촌뜨기는 일제의 수탈과 문명의 발전에 적응하지 못하고 삶의 터전을 잃은 장군이부부의 삶을 그리고 있고, 그 당시 산골 농민의 아픔과 부부간의 애틋한 정을 잘 그려냈다.

 

또한, 이태준 작가의 촌뜨기는 고향 용담마을 배경으로 하였으며, 강원도 특유의 사투리를 극 중에 잘 녹여놨으며, 순박한 농민의 모습을 담아내어 서정성이 높은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작품의 줄거리

장군이는 하늘 아래 첫 동네라는 안악굴 꼭대기에서 그중에서도 제일 외따로 떨어져 있는 오막살이를 근거로 화전이나 숯을 구워 팔거나 산짐승이나 잡아먹던 구차한 삶을 살고 있다. 그렇던 것이 언제 누가 임자로 나서 팔아먹었는지 둘레가 100리도 더 될 큰 산을 삼정회사에서 샀고 부대도 파지 못하고 숯은 허가 없이 굽지도 못하여 산짐승이나 잡아먹을 요량으로 산에 함정을 파 놓았다. 이는 장군이뿐만 아니라 안악굴에 사는 화전민은 모두 같은 처지였다. 그러던 것이 하필 사냥을 나온 순사장이 함정에 빠졌는데, 그 함정이 장군이가 파놓은 것이었다. 장군이는 이 일로 인해 스무날을 경찰서 유치장에서 잤고, 이야기는 유치장을 나온 장군이로부터 시작된다.

 

장군이는 유치장에서 나와 광셍이를 만난다. 광셍이는 자기보다 나이가 조금 위이지만 장가를 늦게 갔다. 마을의 동네 어른들은 광셍이가 장가들 가망이 없어 광셍인 언제나 말을 타보누하고 놀림을 받는 처지였으나, 장군이 처보다 나이가 한참 어린 어여쁜 색시를 구해 장가를 든다. 장군이는 어쩌다 우물에서 자기 처와 광셍이 처가 마주 서 있는 것을 볼 양이면 며칠씩 안내와 말이 없었고 공연한 일에도 트집만 잡으려 들었다.

 

철둑을 넘어서 안악굴 올라가는 길섶에 들면 되다 만 방앗간이 하나 있다. 돌각담으로 담만 둘러쌓고 확도 아직 만들지 않았고 풍채도 없다. 그러나 물 받을 자리와 물 빠질 보통은 다 째어놓았고, 제법 주머니 방아는 못 되더라도 한참 만에 한 번씩 됫박질하듯 하는 통받아채 하나만은 확만 파놓은 면 대어 봐도 좋게 손이 떨어진 것이었다. 장군이는 가을에 이것으로 쌀되나 얻어먹어 볼까 하여 빚을 마흔 냥 가까이 내어 방아채 재목을 사고 목수 품을 들이면서 거의 끝을 맞춰 가는데 소문이 나기를, 새술막 장풍언네가 발동긴가 무슨 조화 방아인가 하는 것을 사 온다고 떠들어대 그만 포기하고 만다.

 

장군이는 방아도 화전도 숯을 굽는 것도 산짐승을 잡는 것도 할 수 없어 결국 장군이 처를 친정 김화로 보내기로 결심한다. 장군이는 처를 친정으로 보낼 수밖에 없는 현실을 자책하지만 어쩔 수가 없다.

 

꾹 참자! 모진 놈이라야 산다!”

 

장군이는 친정으로 가는 처를 다시 부른다. 장군이 처는 혹시 친정으로 가는 것을 그만두고 어디로든지 같이 가자고 할까 하여 붉은 눈이나마 새로운 광채에 번득이며 허위단심으로 논둑과 밭고랑을 달려왔다.

 

점심이나 읍에서 사 먹고 가라고 불렀어········.”

 

아내는 다시 낙망하는 듯 아무런 대꾸도 없이 그저 코만 벌렁거렸다.

 

장군이는 읍에 들어가서 떡전 거리로 갔다. 이차떡을 두 냥어치를 사서 한 목판 수북이 담아놓고, 아내를 먹이면서 저도 몇 개 집어 먹었다. 아내는 처음에는 눈만 슴벅거리고 팥고물만 묻히고 주물럭거리기만 하더니 두 개째부터 김칫국을 마셔가면서 넓적넓적 베물었다. 그리고 떡값을 치르고 아내에게 열 냥을 쥐어주고 아내를 보낸다. 아내는 눈물을 흘리고 몇 번이고 남편을 돌아보다가 2층집 모퉁이로 사라진다. 그 순간 허리가 시큰하도록 자전거에 볼기짝게를 들이받았다. 쓰러질 뻔하면서 두어 걸음 물러나 얼굴을 돌리니 얼굴에는 대뜸 불이 번쩍하는 따귀가 올라왔다. 그리고 빰을 때린 손길과 같이 날카로운 소리가 났다.

 

이 자식아, 왜 큰길에 떡 막아서 종을 울려도 안 비켜나? 촌뜨기 녀석 같으니········.”

 

이야기는 이렇게 삶의 터전을 잃고 부부가 생이별하는 장면으로 끝이 난다. 이태준 작가의 말년이 이렇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운 마음이 든다.

 

장편소설에 부담이 있는 분이라면 이태준 작가의 '촌뜨기', 단편소설을 한 번 읽어보시기를 추천합니다. 

 

댓글